재독한국문학 제 11호 출판기념회 및 권세훈 박사 초청 문학세미나

재독한국문학 제 11호 출판기념회 및 권세훈 박사 초청 문학세미나 열려

함부르크에서 열린 첫 문인회 행사에 함부르크동포사회 큰 관심 보여

시낭송과 시화전 돋보여

문학세미나 문학과 현실의 관계 주제로

Hamburg】 재독한국문인회(회장 정명옥 안야, 이하 문인회)가 재독한국문학 제 11호 출판기념회 및 권세훈 박사 초청 문학세미나를 개최했다. 2018년 8월20일 함부르크 암 마리엔 돔(Am Mariendom)에 위치한 가톨릭 자선단체 카리타스 대회의실에서 성대하게 치러진 이날 행사는 재독한국문인회 역사상 처음으로 함부르크에서 가진 행사이자 제 11대 회장으로 취임한 신임 정명옥 회장이 마련한 첫 행사이기도 하다.

행사에는 신성철 주함부르크 대한민국총영사를 위시해 권세훈 주독일 대한민국 대사관 한국문화원 원장, 독한연구소 소장 이영기 박사를 비롯하여 함부르크한인회(회장 곽영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함부르크분회(분회장 장현두), 함부르크여성회(회장 김선배), 함부르크글뤽아우프회(회장 허채열), 재독한인조선기술자회(회장 이인하), 함부르크천주교회(박철현 미카엘 신부) 등 함부르크 동포사회 각계각층에서 100여명이 참석, 큰 관심을 보인 가운데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김진호 회원 사회로 국민의례에 이어 정명옥 회장의 인사말이 있었다.

정명옥 회장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어언 문인회 발족 14년이 되었다며, 그동안 철자법도 많이 바뀌었듯 많은 변화가 일어나 외국에 사는 우리는 뒤쳐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실토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러나 우리는 모국어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내면세계를 갈고 닦아서 차세대들에게 훌륭한 문화유산을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회장은 처음으로 함부르크에서 권세훈 주독일한국문화원 원장을 모시고 여는 문학세미나와 시화전에 다소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고언을 마다 말고 뜨거운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신성철 총영사는 축사를 통해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벗어나면 손에 잡힌 모래처럼 서서히 잊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말을 쓰지 않는 생활터전, 독일에서 우리글로 문학작품을 창작하고 우리글을 더 아름답게 표현하는 재독한국문인회의 활동은 그 의미가 더 크다”고 재독한국문인회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신 총영사는 “작품집에서 일상을 관통하는 통찰력을 발견했다”면서, “이국땅에서 뿌리를 내리며 겪었던 슬픔과 괴로움,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올랐던 기쁨과 즐거움이 이렇게 의미있는 문학작품으로 탄생될 수 있도록 한 여러분들의 노력과 수고에 경의를 표한다”고 회원들을 칭찬, 격려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독일에서 한독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므로 문인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영기 박사는 축사를 통해 “삶의 질 향상, 삶의 예술화를 꾀하는 문화 활동을 한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또 독일 작가 토마스 만은 작품 “요셉과 그 형제들”을 통해 “독일의 유럽이 아니라 유럽의 독일”을 말했는데, 실제로 유럽의 패권다툼에서 늘 실패한 독일은 오히려 2차 대전 이후 평화정책으로 유럽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며 ‘평화’ 중요성, 작가의 예지력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 박사는 처남 정호승 시인의 시 “수선화에게”를 낭독했다.

이어 이상민 테너가 이연우 피아노 반주에 맞춰 김연준이 작사, 작곡한 ‘청산에 살리다’를 축가로 불렀다. 함부르크 어버이합창단이 찬조 출연하여 축가로 문인회의 회원 작품집 출판기념회 및 문학세미나 개최를 축하했다.

김남화(백운희) 편집위원이 재독한국문학 11호를 소개했다. 책 소개에 앞서 그는 우여곡절 끝에 재독한국문학 제 11호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며 출판을 위해 수고한 출판사와 옥고를 보내준 회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 편집위원에 의하면 재독한국문학 11호에는 회원 11인의 시 29편, 회원 6인의 수필 6편, 기행문 2편, 소설 2편 등 회원 16인 작품 39편과 제 8회 재독한국문인회백일장 수상작 3편이 수록되었다.

이어 김연경이 연주하는 바이올린 선율이 은은하게 울리는 가운데, 고정아, 김정희, 노희원 회원의 시낭송이 이어졌다. 지난해 재외동포재단이 주최 제19회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에서 ‘아드리아의 스파게티’로 가작 입상한 고정아 시인이 먼저 초대시 ‘꽃’(김춘추), ‘자연에게 배운다’(정명옥), ‘내 안의 나(은말희), 한복(김정희)을 낭송했다. 김정희 회원이 ‘아드리아의 스파게티(고정아)’, ‘쑥돌 하나 주웠네(류현옥)’, ‘어머니(정명옥)’, 노희원이 ‘사모곡(황춘자)’, ‘란의 노래(노미자)’ 등을 낭송해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적셨다.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시낭송과 더불어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인 것은 시화전이다. 회원들의 작품을, 그림을 배경으로 한 액자에 담아서 나무이젤로 받쳐 전시하니 시각적인 효과를 배가시켜 더욱 많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재독한인문인회의 회원작품집 ‘재독한국문학 제 11호’는 회원들이 살아오면서 교류된 감성과 삶의 희로애락을 문학으로 담아낸, 재독한인문인회의 결실이다. 시, 수필, 여행기, 소설과 해마다 재독한국문인회에서 주최하는 백일장에서 수상한 학생들의 글을 실었다. 지난해 실시한 제 8회 백일장에서는 처음으로 한인 청소년 대신 외국인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지난 한 해 재독한국문인회에서는 정명옥 회장의 시집 ‘영원한 그 집’을 비롯해 김진호 회원의 자전에세이 ‘함부르크 고목’, 류현옥 회원의 산문집 ‘국경선의 모퉁이’, 최숙녀 회원 시집 ‘등대’ 등 4권의 책이 발간되었다. 고정아 회원이 재외동포문학상 공모전에서 시 부문 가작에 입상했으며, 그 밖에 4명의 회원이 문학상 신인상 수상을 통해 등단했다. 사회자의 제안으로 다 함께 ‘고향의 봄’을 부르는 것을 끝으로 출판기념회를 모두 마쳤다.

<문학세미나>

출판기념회가 끝난 뒤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후 ‘권세훈 박사 초청 문학세미나’가 이어졌다. 세미나 주제는 <문학과 현실과의 관계>다. 우선 피아노 반주에 맞춰 이상민 테너가‘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축가로 불렀다.

사회자의 강사 소개에 의하면 강사 권세훈 박사는 현직 주독일 대한민국 대사관 한국문화원 원장이다. 함부르크대학교 대학원에서 독문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강연에 앞서 권 박사 스스로도 함부르크는 공부할 시절 어렵고 힘들었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도시라고 회상했다. 귀국 후 대학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외에 오랫동안 한국문학번역원에 근무했다.

권세훈 원장은 강연을 통해 “작가는 세상과 불화하는 사람”, “작가는 한 개인의 구체적인 삶을 이야기 한다”, “좋은 작품은 결국 시대정신과 맞아 떨어지는 자신의 이야기다”등을 이야기했다. 권 원장은 “절대적인 믿음이 이성적으로”, “절대군주제도가 민주평등으로”, 변천을 설명하고, 구약 ‘욥기’를 예를 들며 ‘중립적 심판자 부재’의 허실을 지적했다. ‘계몽의 변증법’과 ‘부정의 변증법’도 역설했다. 근대문학의 특징으로 “전체에 대한 실패한 삶이 문학이다”며 작품 ‘변신(카프카)’, ‘이방인(까뮈)’, ‘무진기행(김승옥)’ 등을 예시했다. 18세기 이후 문학은 모더니즘 문학, 유토피아를 빙자한 디스토피아 등 ‘천상의 구원대신에 지상에서의 인간해방을 요구하고, 미래의 행복 추구 등 “독자에게 어떻게 인간답게 살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흐름으로 바뀌었다.

현대문학에서 이데올로기에 관계없이 국민, 인민들에게 “미래의 행복을 약속하며 고난을 참고 열심히 일하자”는 정치적 알리바이를 개인적으로 깨닫고 진리를 말하는 것이 작가의 몫이라고 했다.

권 박사는 끝으로 한국문학 세계화의 과제에 대해 언급하며 ▲ 해외동포 작품을 현지 언어로 번역 출판 ▲8천만의 소수언어문학인 한국문학은 번역이 중요하므로 원어민 번역가를 국가차원에서 양성해야 함 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작가 한강)’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에 관해 설명했다. 현재 세계적 문학버전은 ‘현대 산업사회에서의 고독한 삶’이라고 정의 하며 강연을 마쳤다.

이어 질의문답 시간을 가졌다.

류현옥 회원 – “문학은 자신과의 불화에서 탄생하는 것 아닌가?”

권세훈 강사 – “자신과의 불화도, 사회와의 불화도 나름 파악한 다음 극복할 수 없다면, 불화의 원천이 작품의 생명력이다.”

장현두 청중 – “문학은 그 시대의 길잡이이고 등대다.”

권세훈 강사 – “문학이 시대의 등대이다. 그러나 그것이 먼저가 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것은 결과물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 순서로 정갈하고 맛난 한식 만찬과 함께 모두 함께하는 대화의 장을 가졌다.

【 이 순 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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