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 노래가 한데 어우러진 출판기념회 & 문학 세미나

시와 그림, 노래가 한데 어우러진 출판기념회 & 문학 세미나

재독한국문학 12호 출판기념회 및 최종고 교수 초청 문학세미나 열어

Hamburg】 도이칠란트 최대 항구 도시이자 두 번째로 큰 도시, 함부르크(Freie und Hansestadt Hamburg)에서 문학강연과 시낭송, 노래 등이 함께 어우러진 한국문학 페스티벌이 펼쳐졌다.

2019년 7월1일(월) 16시, 연일 40도 가까운 불볕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재독한국문인회(회장: 정 안나 명옥, 이하 문인회)가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이곳 함부르크 중앙역 근처에 있는 함부르크 한인 천주교회 사제관 친교실에서 재독한국문학제 12호 출판기념회 및 문학 세미나를 개최했다.

창립 15주년을 맞아 재독한국문인회는 특별히 한국의 이름난 법학학자 출신 등단 작가인 최종고 전 서울대 교수를 강사로 초빙했으며, 신성철 주함부르크총영사와 이강선 함부르크대학 한글학과 교수, 방미석 함부르크한인회장, 허채열 북부한인글뤽아우프회장, 김선배 함부르크여성회장,  곽용구 전 함부르크한인회장을 비롯한 동포들,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쾰른 등 전국 각지에서 자리를 함께한 문인회 회원 등 1백 여 명이 한 자리에서 문학 페스티벌을 즐겼다.

김진호 회원이 사회를 맡아 유머와 위트를 가미해 재미있게 진행했다. 국민의례, 회장인사말, 축사, 축하연주, ‘재독한국문학 제 12호’ 소개, 시낭송, 축하연주, 강연, 질의응답, 만찬과 함께하는 대화의 장 순서로 이어졌다.

정명옥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올해로 창립 15주년을 맞이한 재독한국문인회는 매년 발간하는 회원집의 질적 향상을 통해 문인회의 수준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부터는 더불어 시화전도 함께 했는데 호응도가 높아 올해도 또 시도했다.”면서, “문학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확충함으로서 문인회가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회장은 문인회에서는 또 매년 재독한인청소년을 대상으로 백일장 대회를 개최, 독일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한인으로서의 정체성 함양과 문학실력 향상, 한글사랑,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을 고양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이제 연로해 가는 우리 동포들이 더욱 문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문인회에서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신성철 주함부르크 총영사는 축사를 통해 먼저 문인회 창립 15주년을 축하했다.세상을 조망, 작품으로 표현, 한국인의 얼과 한국을 위한 행위일 것이다.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1차 후보에 지명된 황석영의 ‘해질 무렵’ 등으로 인해 세계에서 한국문학을 다루는 기회가 빈번해졌다. 한국인의 정서와 세계인이 정서가 다르더라도 독자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에 공감한다. 장르는 다르지만 BTS가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지만 인기몰이를 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한국과 한국인의 특성,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이강선 교수는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많은 변화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도 되었음에도 왕성하게 활동하시는데 경의를 표한다”며, “인터넷 문화의 발달로 글쓰기가 점점 사라지는 경향에도 꾸준히 글쓰기에 열중하시는 여러분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문인회원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아울러 “문화의 정체성을 유지해온 여러분이 자랑스럽다”는 그는 “해외 한국문학이 독특한 장르를 형성하는데 여러분이 많은 기여를 해 주시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축하 연주 순서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김연정이 안톤 루빈스타인(Anton Rubinstein)의 멜로디(Melody)를 연주했다. 이어 바리톤 한규호가 정미경 피아노 반주에 맞춰 축가로 ‘그 집앞(작사, 이은상/작곡, 현재명)’을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무대에 오른 김남화(필명 백운희) 편집위원이 ‘재독한국문학 제 12호’를 소개했다. 출판사 필리리스토리에서 출간한 재독한국문학 제 12호는 반양장본 220쪽, 152×223mm (A5신)로 출판되었다. 정안야 발간사, 권세훈, 최종고, 사이채의 축사, 김유조의 축시에 이어 회원 작품 시(11인 작품, 30편)와 수필(6인 작품, 9편), 기행문(3인 작품, 3편), 문학여행(1인 작품, 3편), 소설(2인 작품 2편) 등 총 장르 5, 회원 16인 작품, 시 30편, 수필 9편, 기행문 3편, 문학여행 3편, 소설 2편과 제 9회 재독한국청소년백일장 최우수작과 우수작이 수록되었다.

시 낭송 순서에서 고정아 회원이 초대시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과 고정아의 ‘배나무’, 정안야의 ‘우아한 목련’을, 김정희 회원이 류현옥의 ‘어떤 불행’, 김정희의 ‘선물같은 하루’를, 이숙희 회원이 고정숙의 ‘햇살로 뜨개질’을, 황춘자 회원이 본인 시 ‘오, 나의 님아’를 낭송했다. 시 낭송을 할 때 고연정의 은은하고도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이 배경음악으로 분위기를 잡아주어 그 효과가 배가 되었다.

시낭송을 끝으로 출판기념회를 마치고, 정미경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바리톤 한규호가 부른 슈만의 헌정(Widmung) Op.25, No. 1이 최종고 교수 초청 문학세미나의 막을 열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독일 프라이부르크 법대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 법대에서 30여 년간 교수직을 봉직한 최 교수는 ‘문학을 통한 한독 관계사’를 주제로, 1시간 이상을 한독 관련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실타래 풀어내듯 막힘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일찍이 법학을 공부하고 변호사이기도, 시인이기도 하고 미술가이기도 한 도이칠란트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를 닮고자했다는 최 교수는 그 자신이 시인이자 수필가로서 한국시인협회, 국제펜클럽(PEN), 바이마르 괴테학회 등 회원이며, 인물전기 연구가로서 한국인물전기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또한 그는 ‘괴테와 다산, 통하다’를 통해 괴테와 정약용의 생애를 비교하며, 문학, 미술, 음악과 정치관과 자연관을 대조했다. 문화와 역사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점보다 같은 점이 많음을 규명하려 애썼다고 한다.

최 교수는 문학의 관점에서 한독관계에 영향을 미친 한인 작가와 독일인 작가를 소개했다.

◊1927년 독일 프리드리히-빌헬름대학(현 훔볼트대학) 철학부를 졸업한 이극로는 이 시기 독일에서 처음으로 이 대학에서 한국어를 강의했다. 춘원 이광수의 친구인 이극로는 이광수 작품 ‘허생전’을 교재로 사용했다.

◊‘압록강은 흐른다’의 저자 이미륵. 본명은 이의경(李儀景)이며 독일식 이름은 Mirok Li(미로크 리)이다. 경성의학전문학교 재학 중 3·1 운동에 뛰어들었다가 일제의 검거를 피해 독일로 망명하였다. 1948년부터 뮌헨 대학의 동양학부에서 중국과 일본의 고전, 한국어 등을 가르쳤다.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로 유명한 작가 전혜린. 그는 뮌헨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수필가, 번역문학가로서 많은 독일 작품을 번역했다.

◊조화선 시인은 서정주 시인의 제자로서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한국학을 강의하며 시집 ‘수줍은 기념비’를 냈다.

5인의 독일인 작가(Schriftsteller)도 소개되었다.

◊리하르트 프리덴탈(Richard Friedenthal)은 이미륵 친구이자 독일 펜 센터(PEN Zentrum)의 부회장과 명예회장을 역임했다. 1957년 처음 한국을 방문한 그는 괴테 전기인 ‘괴테, 생애와 시대(Goethe – Sein Leben und seine Zeit)’를 한국어로 완역했다. 한국의 유적에 심취, 특히 석굴암에 매료되었다.

◊소설 ‘생의 한가운데’로 널리 알려진 독일 여류작가 루이제 린저(Luise Rinser). 1980년대 그는 한국에서 최고 인기의 외국 여류작가 중 한 명이었다. 그런 그가 한국을 ‘천민자본주의’라고 비판하며 등을 돌리고 친북작가가 되었다. 전혜린이 번역한 ‘Mitte des lebens (생의 한가운데)’를 1960년대에 출판하였으며, 윤이상 전기  ‘상처받은 용, 윤이상(Der verwundete Drache, Isang Yun)’을 1977년 편찬했다.

◊베른하르트 슐링크(Bernhard Schlink)는 독일의 소설가이자 법학자이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헌법재판소 판사 등을 역임한 그는 현재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1995년 발표한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로2014년 한국 최고의 문학상인 제4회 박경리문학상(상금 1억5천만원)을 수상했다.

◊레굴라 벤스케(Regula Venske)는 학자이자 소설가 겸 수필가이며 국제 PEN클럽 이사이자 독일 펜센터 사무국장이다. 한국 작가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한독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950년 뮌헨 대학의 동아시아 학부에 한국학을 설립한 앙드레 에카르트(Andre Eckardt)는 독일에 한국학을 심고, 한국에 관한 적지 않은 저술을 통해 독일에서 한국학의 뿌리를 내렸다.

최 교수는 끝으로 작품 ‘대지’로 유명한 작가 퍽벌(Pearl Sydenstricker Buck)을 친중작가로만 알고 있으나, 펄벅은 한국을 몇 차례 방문하여 한국 관련 소설도 집필하였다면서, 한국 농촌을 배경으로 쓴 ‘살아있는 갈대’에는 한국을 ‘고상한 민족이 사는 보석같은 나라’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한국에 관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국에서 작가와의 교류를 통해 한국에 대한 관심을 끌어낼 수 있다며, 독일에 살면서 독일 작가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하고 교류의 폭을 넓힐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외국에서 작품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풍부한 작품의 소재 등 디아스포라의 잇점을 살릴 것을 권했다.

한편 최 교수는 펄벅을 연구해오던 중 한국을 무대로 쓴 대하소설 『살아있는 갈대』(1963) 외에도 『한국에서 온 두 처녀』(1950), 『새해』(1968)라는 두 편의 장편소설집을 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도 한국인들은 중국을 무대로 쓴 『대지』만 알고 있다. 이런 중요한 사실을 왜 우리는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는지를 생각하다가 ‘자신의 작품에 한국을 담아낸 외국작가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서 쓰기 시작한 책, ‘한국을 사랑한 세계작가들’을 2019년 6월 출판했다.

【 이 순 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