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극 ‘두 번째 고향’, Die zweite Heimat’ 열려

Die zweite Heimat, 두 번째 고향을 건너와 살아가는 오늘의 이야기

우리는 고향을 건너 와 도이칠란트라는 땅에 오늘을 뿌리 내린다.”

Schwalbach) 2024년 9월 28일 17시에 프랑크푸르트 근교 슈발바흐(Schwalbach) 시민회관(Bürgerhaus)에서 문학극 <두 번째 고향, Die zweite Heimat>이 열렸다.  ‘두 번째 고향’은 도이칠란트 동포사회에서는 처음 열린 문학극 이다.

‘두 번째 고향’에는 노미자, 최군자, 최영애, 이지은, 박소진 씨 등 동포들이 출연했다. 박소진이 기획하고 연출도 맡았고 ‘호이테 Heute-오늘’ 가 주관했다.

재독 동포 5인으로 구성된 ‘호이테Heute-오늘’ 팀은 1969년 10월 9일 한국에서 같은 비행기를 타고 도이칠란트로 와 간호사로 일해 온 노미자, 최군자(건너 온 우리 역), 최영애(1996년 도이칠란트 이주), 이지은 (2013년 도이칠란트 이주), 박소진(2016년 도이칠란트 이주) (이하 3인, 오늘의 우리 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민자로서, 여성으로서의 개인의 삶을 도이칠란트에 뿌리 내린 사람들이다.

<Die zweite Heimat>무대는 ‘경청’이 결핍된 세대를 위로하며 함께 해방되는 세대와 세대, 무대와 무대를 스핀오프(Spin-off) 한다. 60년대 후반, 간호사로서 도이칠란트로 이주한 후, 정착한 ‘건너 온 우리 역’, 노미자, 최군자의 담화가 시작되었다. 건너 온 우리들(노미자, 최군자, 성명 이하 호칭 생략)의 이야기는 1부, Die zweite Menschen 두 번째 고향에서 우리가 만났던 첫 번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도이칠란트에서 만났던 사람들 중, 오늘날까지 선명한 기억으로 자리하게 된 사람들과의 만남을 복기했다. 낯설고 차가웠던 이국에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게 해 준 우체국에서 만난 남자, 멀리 멀리 한국에서 온 스물 다섯 살의 소녀처럼 보이던 작은 체구의 간호사에게 도이치어로 된 노벨 문학상 수상 책을 건네 준 병원 환자, 성탄 전야 홀로 있던 내게 따뜻한 저녁 식사 초대를 해 준 간호사 동료. 도이칠란트에서 만난 이들은 건너 온 우리들에게 오늘날까지도 잊지 못할 추억과 기억을 만들어 준 사람들이다. 그들은 분명 낯선 땅에 막 닿은 ‘건너 온 우리’에게 용기, 배려, 위로를 준 사람들이었다. 노미자, 최군자의 이야기는 오늘의 우리 역, 이지은에게 닿았다.

오늘의 우리 역, 이지은(성명 이하 호칭 생략)은 도이칠란트 프랑크푸르트에서 샘물회 회원으로 정통 서예를 하며 감성이 담긴 글씨를 쓰는 캘리그라퍼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힘있는 글씨로써 의미를 건네며 도이칠란트에 살고 있다. 건너 온 우리(노미자, 최군자)의 이야기가 무대를 통해 오늘의 우리, 이지은에게 닿았다. 이지은은 그들의 장면을 상상하며 자신의 삶을 겹쳤다.

“미자는 용감했다.”, “배려의 마음은 활력의 근원”, “너 외롭구나……”를 즉석에서 캘리그라피로 써 관객과 소통했고, 동시에 도이칠란트에서의 자신의 삶 이야기를 무대 위에 꺼내 놓았다. 서예와 캘리그라피가 종이 밖으로 나와 대화를 건넨다. 관객들은 함께 웃고 울었고 건너 온 우리와 오늘의 우리들이 무대라는 서로 동일한 시공간에서 교감했다. 관객들과 출연진들은 도이칠란트에서의 삶의 경험을 지금-여기의 무대에 데려와 서로의 마음을 관통하며 감동을 나눴다.

2부는 두 번째 고향에서 만난 언어에 대한 이야기 <Die zweite Episode von der Zweitegespräche> 였다. 건너 온 우리들(노미자, 최군자)은 프랑크푸르트 대학병원에서 일했을 1970년대 당시, 수술실, 병실, 친구들과 도이칠란트어와 한국어 사이의 차이로 인해 미숙할 수 밖에 없던 일화를 꺼내놓았다. 지금은 웃으면서 추억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자존심을 긁어내기도, 자주 눈물을 흘리기도, 그래서 목구멍 뒤로 뜨겁게 넘기던 도이치어, 영원히 그리운 모국어에 대한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2부의 오늘의 우리는 박소진의 차례. 박소진은 인간의 삶에서 문학이 어떤 역할을 하고, 문학으로 삶을 어떻게 말할 수 있는지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 유럽과 한국에서 시를 쓰는 시인이다. 건너 온 우리, 노미자와 최군자가 던진 언어에 대한 기억은 꺾이지 않고 살아 남아 둥글게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들에게 닿는다. 노미자, 최군자의 담화가 끝나자 박소진 시인은 자신의 시 <미래의 공원>을 낭독했다. 시는 말한다. 우리는 밑이 질긴 동그라미라고. 하나의 점이지만 선이 되고 회전축이 되어 유년의 회전목마에 올라 타면 현재와 과거의 사람들이 보이고, 그들과 나를 따뜻한 손으로 붙잡아 삶의 주체로서 아름답게 회전한다. 떠나오고, 다시 오고, 자리를 기억하는 삶의 운동에 대해 쓴 시를 낭독하며 건너 온 우리(노미자, 최군자)세대에게 화답했다.

…… 중략 , 나 같은 사람이 많네요 / 우리는 밑이 질긴 동그라미 / 점이 미끄러지다 둥근 선이 돼 /우리는 미끄러져 우리 앞의 터널로 가 긴 몸을 말고 둥글게 손을 잡고 목마를 잡아타 교차로는 둥근 모양 /우리의 밑동을 축으로 회전하는 목마  ….. 후략 <마지막 공원, 박소진>

3부의 건너 온 우리는 과거에 시작했고 미래에도 영원할 ‘감각의 영원성’ <Die ewigen Sinne> 에 대해 추억했다. 기억을 점령하는 오감은 삶을 지배한다. 동시에 기시감(Déjà vu) 처럼 불현듯 찾아 온다. 출연자들은 우리를 과거의 기억으로 데려가는 감각 중에 후각과 시각적 감각을 중심으로 겪었던 잊을 수 없는 경험을 무대 위에 꺼내 놓았다. 건너 온 우리, 노미자와 최군자는 도이칠란트에 도착한 첫 날, 기숙사 방에 놓여있던 환영 바구니에 들어있던 치즈 냄새와 그것을 씹었던 혀의 감촉을 잊지 못한다. 구두창 같이 딱딱하게 씹혀 먹지 못하고 버렸던 치즈, 동그랗고 누런 치즈 냄새가 고약해 향수를 뿌리며 한 숨도 못 잤던 그날의 기억, 마늘과 김치 냄새로 나를 쳐다보던 도이칠란트인들의 눈초리, 야단이 났던 일들은 이제 고향을 기억하게 하는 냄새로 남았다. 잊지 못할 감각의 기억은 인생에서 닳고 닳은 구두창을 신고 열심히 살게 했고, 유년 시절의 가장 행복했던 고향의 맛은 늘 삶을 나아가게 했다.

3부의 오늘의 우리 역은 최영애가 맡았다. 최영애는 도이칠란트에 1996년도에 이주해 와 도이칠란트에서 그림을 그리며 도이칠란트 현지에서도 사랑 받는 서양화가이다. 그녀의 작품 중 <Lotus, 존재이유 Nr.7>는 고향, 경기도 양수리에서 젊은 시절 봤던 연꽃이 잊혀지지 않고 도이칠란트 타향에서 늠름하게 다시 피어나 현지인들에게도 사랑 받는 작품이다. 최영애는 <나의 안과 바깥>, <Lotus> 작품으로 과거를 잊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기대하는 우리 모두의 삶을 응원한다. 동시에 두고 온 한국과 이국이라는 도이칠란트와의 접점을 찾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었다.

축하 무대로 관객이자, 또 다른 오늘의 우리로서 자리한 바이올린니스트 전예진(2020년 도이칠란트 이주)의 <고향의 봄> 연주가 이어졌다. 도이칠란트 Würzburg 음대를 졸업하고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이자 킨더밀알 지휘자, 바이올린 선생님, ‘놀작마이아트’ 원장(Eschborn)로 활동 중이다. 바이올린 연주가 시작되자 공연장을 가득 메운 ‘우리’들은 모두 울었다.

<Die zweite Heimat> 작품을 기획한 박소진 시인은 이국, 타향이라는 이름으로 고향을 두고 온 ‘오늘의 우리’ 모두에게 부러지지 않는 둥근 정신을 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흩어졌으나 계속해서 흐르는 ‘디아스포라’의 정신. 동시에, 과거의 누군가의 경험이 비단 단절된 과거에만 멈추지 않고, 세대를 극복한 ‘경청’과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소통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는 ‘우리가 모두 인간이기 때문’, 그리고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을 느끼는 순간이 바로 문학적인 순간이라고, 세상을 향한 문학의 목소리라고 했다. 이곳에 자리한 모든 ‘우리’들의 경험이 닮아 있음을, <문학주간 2024-스핀오프> 무대에서 ‘도이칠란트’이라는 나라에서 우리 모두는 한바탕 울고 웃을 수 있었다.

‘두 번째 고향’은 <문학주간 2024>의 전국형 공모로 해외 무대로는 유일하게 선정된 작품이다.

문학 축제의 장 <문학주간 2024>은 2024년 9월 28일부터 10월 첫째 주까지 서울의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예술가의 집 등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문학주간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여 문학 향유자와 창작자, 제작자 등 문학 생태계의 구성원들이 무대를 만들고 관객들과 소통하고 이해하는 행사이다.

【 기사제공: 박소진 시인 】【 사진: 홍 기 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