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나에게 찾아온 기막힌 이름 ‘작가’(노석임)
▲ 사진설명:76. Berlinale 화면 캡쳐

2. 75세, 나에게 찾아온 기막힌 이름 ‘작가’
무심코 던진 차가운 날씨의 강가, 그 낚싯줄 끝에 예기치 않게 걸려온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작가’라는 이름입니다.
돌이켜보면 나를 대신하는 이름은 참으로 많았습니다. 집에서는 엄마와 아내였고, 성당에서는 경건한 영세명으로 불렸지요.
직장에서는 ‘Fr. 노’ 혹은 남편 성을 따른 ‘Frau Lee’로 불리며 낯선 타국 땅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내 옷이 아닌 듯 어색했던 ‘부회장님’이라는 호칭도 있었지요.
그런데 75세 이 나이에, ‘작가님’이라니요? 참으로 기막히고 어리벙벙한 타이틀입니다.
마침 지금 베를린에서는 ‘베를릴날레(Berlinale)’가 한창입니다. 내 이름은…들어간 영화를 제일 먼저 보고 싶어 아침 10시 정각에 인터넷 예매를 시도했지만, 야속하게도 금세 ‘마감’ 소리만 들려오더군요.
영화 속 그 이름이 제가 찾는 이름과 직접적인 상관은 없을지라도, 왠지 모를 설렘과 아쉬움이 교차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예매에 실패한 영화표 대신, 유종헌 대표님이 마련해 주신 이 지면을 통해 진짜 ‘내 이름’을 세상에 내놓으려 합니다.
‘작가’라는 이름 아래 새로 태어남을 온 누리에 알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성장한 아이들이 가끔 불러주는 ‘엄마’라는 따뜻한 부름 곁에,
이제는 ‘작가 노석임’으로서의 삶을 한 줄 한 줄 채워 가려 합니다.
75세, 베를린의 찬 강물 위로 건져 올린 이 귀한 이름으로 여러분과 매주 만나겠습니다.
(글: 노석임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