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열기 후끈…도이치란트(독일)는 어디까지 왔나? (2)

하이델베르크의 케이팝댄스팀 으르렁을 찾아

헤라클레스의 파워풀한 케이팝 댄스는 또 다른 멋

 

Heidelberg】 하이델베르크의 케이팝 그룹 ‘으르렁’이 처음 많은 사람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하이델베르크 한인회가 지난해 연말에 주최한 2017년 송년 문화의 밤 행사장에서다. 독일의 한인 동포사회에서는 한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을 중심으로 1년에 1번씩 잔치를 벌인다. 주로 연말에 송년 문화의 밤이나, 또는 연초에 신년 문화의 밤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잔치를 연다. 이 잔치에는 소속 한인회원들 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인 이웃과 친지들도 함께한다. 잔칫날에는 떡, 잡채, 불고기, 김치 등 한국음식을 풍성하게 차려 놓고, 한국 음악과 춤은 물론 태권도 등 온갖 한국적인 것을 선보인다. ‘으르렁’이 이 무대에 출연한 것이다.

으르렁이 케이팝 공연을 한다는 식순을 보고도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최근에는 한인들 행사장에 케이팝 공연이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 때문에 특별한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그런데 으르렁이 무대에 오르면서부터 상황이 확 달라졌다. 케이팝 공연을 하러 무대에 오른 사람들 대부분이 헤라클레스의 조각상처럼 덩치가 크고 용맹스럽게 잘 생긴데다 파워풀한 공연을 멋지게 펼쳤기 때문이다. 보통 케이팝 공연자들은 중고등 학생, 아니면 대학생들로 주로 여성들이 많은데, 이 그룹에는 남성이 훨씬 더 많은 것이 특징이다.

여남은 장정들과 여성들이 펼치는 케이팝 공연을 한번 상상해보시라! 그들의 웅장한 공연 모습과 그들이 뿜어내는 열기에 숨이 다 막힐 정도다.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연을 했던지, 무대 한 귀퉁이가 무너져 한 사람 두 다리가 밑으로 빠졌다 다시 올라오는 작은 사고가 났음에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 계속해서 케이팝 춤을 추어댔다. 구슬땀을 뚝뚝 흘리며! 공연이 끝나자 열화와 같은 박수갈채가 순식간에 그 큰 공간을 잠식해 버렸다. 관객들이 하나 둘 일어서더니 이내 모두 일어서서 공연자에게 보내는 최고의 영광인 기립박수를 보냈다.

독일의 케이팝을 취재하자 하니 우선 그들이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올랐다. 그들을 만나러 하이델베르크로 향했다. 독일 역사상 그 유래가 드물게 오랫동안 엄청 덥고 가물던 올 여름에 받아 적은 주소를 찾아가니 태권도장이 나왔다. 한국 이름이 붙은 도장 이름으로 미뤄보아 한국인 사범이 운영하는 태권도장인 듯한데, 사부를 따라 한국어 태권도 구령을 복창하는 소리가 밖에까지 우렁차게 들렸다. 제법 규모가 크고 안팎으로 깨끗하게 잘 정리 정돈된 도장은 한국인 나해남 사범이 개관했다. 현재는 Dr. Holger Gerhards 독일 사범도 함께 운영하는 도장이었다.

사전에 연락을 취해놓은 대로 방문 목적이 취재임을 알리니 반지하에 있는 케이팝 댄스실로 안내되었다. 그곳에서 취재진은 2017년 송년잔치에서 만났던 낯익은 얼굴들을 만났고, 케이팝 댄스을 추는 헤라클레스의 정체를 알았다. 그때 케이팝 댄스를 추던 사람들 대부분이 바로 이곳 도장에서 다년간 태권도로 헤라클레스 몸짱을 만든 사람들로서 이곳에서 케이팝 댄스도 배운 것이다.

무더운 여름날씨 같은 것은 그들이 케이팝 댄스를 연습하는데 하등의 지장을 주지 못했다. 독일날씨가 그리 덥지 않았던 관계로 독일에서는 그리 흔치 않은 선풍기 2대가 열심히 회전하며 열기를 식히는데도 엎드리고, 뛰고, 앉아서 뒹굴기도 하는 그들의 얼굴에서는 구슬땀이 뚝뚝 떨어졌다. 한국인 여학생 1명과 젊은 중국인 아기 엄마 1명을 포함한 여성 수강자 대여섯 명에 청년들을 포함, 스무명 남짓한 수강자들이 여성 안무가의 구령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세야 벡크만(Seija Beckmann)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여성 안무가는 전문대학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했다고 한다. 세야 벡크만 안무가에게 팀 이름이 ‘으르렁’인 이유부터 물었더니 케이팝 가수 그룹 엑소가 ‘으르렁’을 부르며 추는 댄스가 마음에 들어 수강생들과 논의하여 지은 이름이란다. 케이팝이라는 무용의 새로운 장르에 호기심과 흥미가 더해져 혼자서 인터넷을 뒤져가며 배우고 익혔다는 그녀가 이제 다른 사람을 가르치기까지 하니 더욱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케이팝을 가르치기 시작한지 아직 2년이 채 안되었다는데, 특별히 광고를 하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물어물어 찾아와서 이제는 2팀, 40여명의 강생을 지도한다고 했다.

아직 한국을 가보지 못했지만, 케이팝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국의 문화나 음식은 물론 정치, 경제에도 관심이 간다는 그녀는 언젠가 케이팝 댄스를 배우는 학생들과 함께 한국을 여행하고 싶다고 했다. 더 많은 한국사람을 만나고 더 많이 한국을 알기 위해서. 그리고 더 실감나게 한국 사람처럼 케이팝댄스를 잘 추기 위해서! 취재진은 지도 안무가는 물론 수강생들과도 거의 모두 일대일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케이팝 댄스를 배우는 이유는 첫째가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케이팝 댄스가 생각보다 과학적으로 잘 창작되어서 근력과 유연성을 키우는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 조숙현, 이순희, 유종헌 기자 】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만들어 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