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실버타운에서 펼쳐진 ‘한국 알리기’ 행사 성료

박학자 로버트 쉐무트 부부가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기획, 시행 

GOCH】 2023년 도이칠란트에서는 한국과 관련한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졌다. 공관이 주도하는 매머드급 행사는 물론 동포단체에서 주최하는 행사도 다양하게 펼쳐졌다. 2023년이 한국과 도이칠란트가 수교를 맺은 지 140주년이 되는 해이자 도이칠란트 땅에 한국인 광부들이 첫 발을 디딘지 6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는 행사들이 주를 이뤘다.

2023년  7월 15일 오후 2시, 도이칠란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 있는 인구 35.270(12. 31. 2022)명이 사는 소도시 고흐(Goch)에 위치한 유서 깊은 ‘성모께 대한 형제애(Bruderschaft zu Unserer Lieben Frau) 재단’이 운영하는 알텐하임(Altenheim)에서 이색적인 ‘한국 알리기’ 행사가 펼쳐졌다. 고흐는 네덜란드의 지벤게발트(Siebengewald) 국경과 5.5km 떨어져 있다.

위풍당당한 느낌을 주는 건물 외관과는 다르게 실내는 섬세하고도 정교하고 우아한 실내장식이 평안함을 안겨주었다. 행사장 입구에서 단아한 한복 차림의 박학자 씨와 남편 로버트 쉐무트(Dr. Robert Schemuth) 박사가 반갑게 손님을 맞이하였다.

쉐무트 박사는 재단 이사(Altprovisor)로서 이 알텐하임 입주자들을 보살피는 주치의이기도 하다. 이들 부부는 종종 알텐하임 입주자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치곤 하는데, 올해는 한⸳독 수교 14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 알리기’ 행사를 기획, 시행함으로서 한국 민간외교관 몫을 톡톡히 한 것이다.

홀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80여 명의 어르신들이 휠체어에 앉아있고, 탁자 위에는 약간의 간식과 잔을 채운 샴페인 등이 차려져 있다. 대형 태극기와 소형 태극기, 도이칠란트 국기, 학 모양 등 종이접기 작품 등이 단아한 자태로 제각기 자리를 잡고 있다.

행사는 쉐무트 박사 부부의 “한국과 도이칠란트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여러분들에게 한국과 한국문화를 소개하고자 이 자리를 준비했으니 마음껏 즐기십시오.” 간단한 인사말로 시작했다.

먼저 오랜 전통을 자랑하며 중부지역에서 활약하는 아리랑 무용단(단장 김혜숙, 단원 권선미, 박연희, 박정숙, 이선아, 이양자, 정인숙)이 ‘태평성대’를 화려하게 선보였다. 이어 부퍼탈 테아터에서 활동 중인 성악가 임세혁 테너가 이혜정 피아노 반주에 맞춰서 ‘Parla mi da’more(사랑을 말해줘)’를 불렀다.

이어 아리랑무용단이 ‘장구춤’, ‘진도북춤’을 추고,  임세혁 테너의 ‘Dein ist mein ganzes Herz(그대만이 유일한 내 사랑)’,   아리랑무용단이 화려한 ‘부채춤’을 선보이자  관객들은 화려한 의상과 세련된 음악, 신비스러운 무대에 도취된 듯 무대에 집중했다.

마지막 곡으로 이탈리아 나폴리의 가곡. ‘O Sole mio (나의 태양)’를 열창했다.

어느새 한 시간의 공연이 끝나고 어르신들은 모두들 흡족한 웃음을 머금으며 연실 쭈가베(Zugabe, 앙코르)를 청했다. 임세혁 테너가 이혜정 피아노 반주에 맞춰서 첫 곡 ‘Parla mi da’more(사랑을 말해줘)’를 다시 부르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한국 알리기 행사는 여러분 덕분에 멋지게 끝났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쉐무트 박사 부부가 마무리 인사말을 하는 것으로 쉐무트 박사 부부의 ‘한국 알리기’ 행사는 막을 내렸다.

행사 후 뒷정리 하느라 분주한 가운데 쉐무트 박사가 직접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는, 세르비어바겐(Servierwagen)에 빈 컵과 그릇을 얹어 부엌으로 나르는 것을 보고 한국사람 누군가가 “의사 선생님이 이런 일도 다 하시느냐?”고 묻자, “부엌에서 설거지도 잘 한다”고 부인 박학자 씨가 대신 대답을 해 감동을 더해 주었다.

한편 알텐하임 미리암 오스텐도르프(Miriam Ostendorf) 원장은 오늘 행사를 준비해 준 쉐무트 박사 부부에게 진심으로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문화 공연으로 즐거운 오후 시간이 되었고,  어르신들이 감동 받아 오랫동안 좋은 추억으로 간직될 것이다.”고 전했다.  또한 정성규 재독한인총연합회장 등 몇몇 한인들이 이날 행사를 지켜보며 축하했다.

클레베한인회장이며 민주평통 자문위원이기도 한 박학자  씨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도록  매주 봉사활동을  기꺼이 하고 있다”면서 “이번 행사도 그런 맥락에서 준비했고, 작은 정성이다”고 수줍어 했다.

【이 순 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