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에서 정경애 가족 일곱 번째 작은 음악회 열어

2024년 청룡의 해 새해 벽두에 프랑크푸르트한인문화회관(대표 박선유)에서는 피아노 소리와 노래소리, 웃음소리가 한데 어우러지는 화합의 멜로디를 만들어 냈다. 프랑크푸르트를 방문 중인 피아니스트 정경애 씨가 지난 1월 9일 프랑크푸르트에 살고 있는 여동생 정경숙 씨 가족과 일곱 번째 작은 음악회를 개최한 것. 가족과 이웃, 친지들이 어울려 함께 펼쳐나간 이 음악회는 작고 또 화려한 무대는 아니지만, 연로한 어르신들이 많은 한인 동포사회에 훈훈한 온기를 불어 넣어주기에 충분했다.

박선유 프랑크푸르트문화회관 대표는 정경애 가족 음악회를 이곳 프랑크푸르트 문화회관에서 개최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이 작은 음악회가 우리 일상에 활력소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힘찬 응원과 더불어 감사의 박수를 많이 보내주기를 바랬다.

정 피아니스트는 그의 여든 번째 생일날이기도 한 이 날, 연두색 상의와 검은 색 연주복을 입고 무대에 섰다. 그는 먼저 “젊었을 때는 자신감이 넘쳤는데, 이제 나이드니 실수도 많아요. 사랑과 박수로 격려해 주세요.”라고 당부했다. 또 야마하, 쉼멜 그랜드 피아노 같은 좋은 피아노가 아닌, 전자피아노로 연주하지만 최선을 다 할 터이니 이해해 달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와 달리 그는 사회자 없이 직접 음악회를 진행하며 일일이 곡에 대하여 설명을 하고, 피아노를 치고 노래도 불렀다. 큰 실수 없이 공연에 함께한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한 마음으로 음악을 즐기고 생일을 기렸다.

2005 정 피아니스트는 여동생인 정경숙 씨네 주말농장(Garten Haus)에서 첫 번 째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동생에 가족과 함께 피아노, 기타, 클라리넷을 치고 노래를 부르며 한인 동포들은 물론 이웃 도이치인들에게도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 때 그는 말했었다. “작은 재능 기부라고나 할까요? 외국에서 근면 성실하게 생활하시며 조국 발전에 기여하신 동포 여러분들에게 보답할 방법을 궁리하다가 가족들과 작은 음악회를 하게 되었어요”

그동안 세월이 흘러 정경숙 씨 가족 구성원에도 변화가 생기고 작은 음악회 출연진도 줄어들었다. 남편인 강병덕 전 프랑크푸르트 문화회관 이사는 3년 전 운명을 달리하였고, 작은 아들은 해외 근무 중이며, 이날 음악회에서 기타를 치기로 한 큰 아들은 예기치 못한 일로 함께하지 못했다.

연주 내용은 비교적 다양하게 짜여졌다. 정경애 피아니스트가 폴란드 작곡가 테클라의 ‘소녀의 기도(Maiden’s Prayer, T. Badarzewska)’를 시작으로 쇼팽의 ‘흑건(Black Keys Etude op.10 No.5, F. Chopin)’, ‘즉흥 환상곡(Fantasie Impromptu op. 66, F. Chopin)’을 피아노로 연주했다.

이어 송영애 소프라노가 ‘봄처녀(홍난파 작곡)’, ‘고향의 노래 (이수인 작곡)’를 불렀다.

다음 순서로 정 피아니스트의 동생 정경숙 씨가 피아노 초보 연주자(지도강사  김신아)라며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Für Elise, L. v. Beethoven)’를 조심스레 완주했다.

다시 정 피아니스트가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Turkish March, W. A. Mozart)’과 미국출신 와이만의 ‘은파(Silvery Waves, Addison P. Wayman)’, ‘쇼팽의 녹턴 2번(Nocturne Op.9 No.2, F. Chopin)’을 연주했다.

장르를 바꿔 원불교 프랑크프르트 교당 안석순 교도회장이 ‘원각가(Won Gack ga, 원불교 정산종사 지음)’를 불렀다.

정 피아니스트가 스웨덴 작곡가 요한 에마누엘 요나손이 피아노를 위해 작곡한 짤막하고 쉬운 왈츠곡 ‘뻐꾹왈츠(Cuckoo Waltz, Johan Emanuel Jonasson)’를 연주했다. 이어 ‘오블라디 오블라다(obladioblada, J.E Jonasson, P. Mccartney)’를 피아노로 연주했다. ‘오블라디 오블라다’는 벼랑지에 서식하는 바위생물이다. 이름은 비틀즈의 Ob-La-Di, Ob-La-Da에서 유래한다.

김승숙 프랑크푸르트 문화회관 팀장이 고 강병덕 시 ‘봄이 오는 소리’를 낭독했다. 고인의 생전 문화회관 동료 운영위원이기도 한 그는 시낭송 도중 슬픔을 억제하지 못해 잠시 낭독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어 정경애 피아니스트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고 강병덕 시 ‘봄이 오는 소리(김영식 작곡)’를 독창했다. 그는 이 곡이 아주 드물게 난해한 곡임을 몇 번이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즐거운 나의 집(Happy my home)’ 등 다함께 노래 부르기를 하고 끝으로 라인댄스를 선보이는 것으로 음악회의 막을 내렸다.

2003년에 창립하여 재독한국경제인협회(KOEBAG)의 후원과 자원봉사단의 협조로 운영되고 있는 사단법인 프랑크푸르트한인문화회관은 외국인들과 차세대 동포들을 위한 한국어 강좌반(시행기관: 주독일한국교육원) 운영은 물론, 독일에서는 유일하게 동포들과 외국인을 위하여 음악강좌, 한국무용, 판소리, 한글서예, 한국화, 필라데스 등 다양한 문화 강좌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한국문화 보급에 기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포 단체 행사나 한국 기관의 대동포 홍보활동을 위한 만남의 장소, 조문 장소로 활용되기도 하는데 이번 공연으로 작은 음악회 개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날 공연이 끝난 후에는 샴페인을 터트리고 미역국, 밥, 김치와 묵 등 각종 반찬, 김밥, 떡, 케이크, 과일 등으로 잘 차려진 음식상을 마주하고 음악회 축하 파티 겸 정경애 피아니스트의 생일 축하파티를 가졌다.

한편 정경애 피아니스트는 음악회 말미에 300.-유로를 문화회관 발전기금으로 박선유 대표에게 전달했다.

【이 순 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