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동포와 함께 하는 북한인권 및 한국현대사 세미나

한국입양동포와 함께 하는 북한인권 및 한국현대사 세미나, 민주평통 북유럽협의회 개최

‘시대와 국경을 넘어 한국입양동포와 함께하는 북한인권 및 한국현대사 세미나’란 긴 제목을 단 행사가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북유럽협의회(회장 고창원, 이하  민주평통 북유럽협) 주최로 2024년 4월 13일 에센 소재 파독광부간호사기념회관에서 열렸다, 특별히 재독한국입양인협회(Der Koreanische Adoptierte in Deutschland e.V., KAD, 회장 Tim Hannstein, 김정빈) 회원들을 대상으로 개최된 이날 행사는 행사 장소 또한 지난날 파독 광부 간호사의 흔적과 삶의 궤적을 엿볼 수 있는 ‘파독광부간호사기념회관’으로 정했다.

행사의 키포인트는 한국이 한국전쟁(6.25전쟁) 이후 어렵던 시절에 자의와 무관하게 해외로 입양된 재독한국입양동포들과 해외로 인력 송출된 파독광부와 간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애환을 나누며,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매개로 소통의 폭을 강화하고 남북 평화통일의 길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 현대사를 잘 담아낸 영화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이 상영되었으며, 한국인의 대표음식인 김치 만들기 시연이 열리고, 여기서 만들어진 김치를 입양인 동포들 귀가 길에 라면 등과 함께 한아름 선사했다.

멀리 덴마크, 하노버, 프랑크푸르트 등 원근각지에서 온 민주평통 자문위원들과 동포단체장들이 함께하고, 그리고 동포원로인 김계수 박사와 윤행자 간호협회 고문이 연로함에도 불구하고 참석하여 더욱 자리를 빛냈다. 이날 행사는 차세대인 이경민 민주평통 북유럽협 차세대소통분과위원장이 도이치어로, 정은비 문화분과위원장이 한국어로 공동 사회를 맡아 오픈닝 멘트로 막을 열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역시 차세대인 S.O.C회사 이경학 대표가 원거리 참석자를 위한 숙박비를 지원했다.

고창원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한국전쟁 이후에 많은 어려움에 봉착한 가운데 한국 어린이들이 미국과 유럽으로 입양되어간 아픈 역사가 있는데, 오늘 세미나에 도이칠란트에 입양된 동포들이 함께하여 매우 뜻 깊다.”면서, “오늘의 소통 행보가 한반도 평화통일의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정일 주본분관 공사참사관은 축사를 통해 “과거를 잊지 않고 사실을 직시하여 미래로 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입양 동포들에게 도이칠란트에서 한·독 양국의 가교 역할을 기대한다면서 오늘 행사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 실태를 바로 알고, 또 동,서독 통일 경험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길 바랐다.

다음 순서로 재독한국입양인협회 김정빈 대표가 도이칠란트 내 한국입양동포 현황을 설명했다. 김 회장에 의하면 도이칠란트 거주 한국입양동포 수는 대략 2,300명으로 추정되며, 협회와 연락이 닿는 입양인수는 500여 명이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는 여러 사정 상 20여명이 참석했다. 또 김정빈 회장은 북한을 여행하며 직접 겪은 경험과 ‘북한인권 Menchenrechte in Nordkorea’에 관해 비머를 통해 발표했다. * 북한인권에 관한 발표 내용 요약본과 원본은 아래에 별도 게재한다.

이어진 ‘남북한 김치 체험’ 순서에서는 먼저 고정아 여성분과위원장이 김치의 유래서부터 김치의 재료, 남북한 김치의 차이 등을 설명하고 담그는 방법을 설명했다. 이날 김치담그기 체험에는 아직 우리 동포사회에서 보편화되지 않은 ‘김치매트’ 큰 것. 작은 것이 선을 보였다. 이 김치매트에 절인 배추를 펼쳐놓고 여러 입양동포들이 원형으로 쭉 둘러서서 배추잎 갈피갈피에 속을 넣었다. 김거강, 전영희 두 여성 평통위원이 팔을 걷어붙이고 하루 전부터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김치 속 준비하며 도왔다. 입양동포들이 김치담그기 체험에 적극 참여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김치, 잡채, 도이칠란트에 흔하고 지금 한창인 명이나물 무침, 제육볶음, 두부조림 등등으로 점심 식사를 재독동포, 입양동포들이 함께했다. 부모가 자식 밥 먹는 모습을 보듯, 비슷한 마음으로 동포들은 입양동포들을 바라보며 대견해하기도 하고 흐뭇해하기도 했다.

식사 후에는 도르트문트 청소년합창단(지휘 정나래)의 일원인 안나 밀케와 아나미 몬테가 배선경 피아노반주에 맞춰 이중창으로 보리밭, 홀로아리랑,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러 큰 감동을 선사했다.

영화 ‘국제시장’이 상영되었다. 2014년 12월 17일에 개봉한 한국 영화로 부산광역시에 있는 국제시장을 배경으로 하여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가 주연을 맡은 휴먼 드라마 영화이다. 윤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1950년대 6.25 전쟁 때 흥남 철수작전부터 파독광부, 베트남 전쟁, 이산가족 찾기 등의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의 역사에 온갖 드라마틱했던 실제 모든 격변기라는 격변기를 홀로 죄다 몸소 겪으며 현대까지 살아온 산업화 세대인 덕수(황정민 분)를 주인공으로 그 시대를 이겨낸 산업화 세대들을 재조명한 영화이다.

‘국제시장’ 속 주인공의 이야기는 어느 한 사람만이 아니라 수많은 파독 광부의 삶과 맞닿아 있다. 천만 명의 관객이 동원되었다는 그 유명한 영화 ‘국제시장’을 그러나 정작 재독 동포들 중에는 아직 보지 못한 이들이 많은 모양이다. 옆의 사람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조용한 가운데 여기저기서 울음을 삼키는 소리, 손수건을 꺼내 들고 연실 눈물을 훔치는 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어진 자유토론 시간에는 재독동포 중에서 윤행자 재독한인간호협회 고문, 나복찬 파독광부기념관 자료실 위원, 김거강 민주평통 자문위원 등이 파독근로자로 도이칠란트에 정착하기까지의 개인사를 발표했으며, 재독입양인동포들은 참석자 대부분이 입양기관으로 가게 된 동기 핏줄을 찾기 위해 노력할 때 한계에 부딪혔던 이야기 등을 털어 놓았다. 그 중에는 입양인끼리 부부의 연을 맺은 사람도 있었다.

한편 입양동포들은 문화회관 아래층에 자리한 ‘파독광부기념관’을 둘러보고 재독 동포들의 힘겨웠던 과거를 간접 체험하며 동병상련을 느꼈다. 이날 행사를 위해 주도이칠란트한국대사관 본분관, S.O.C GmbH, Freise Bestattungen, AKADEMIE FüR GESANG NRW 등이 후원했다.

발표내용 요약본

발제자 김정빈(Tim Hannstein) 자문위원의 북한인권에 관한 탐구는 북한인권, 도이칠란트의 인식,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순으로 시작했다. 그리고는 인권이란 무엇인가의 명제 아래 법 앞에서의 평등, 자유, 교육, 그리고 양심의 자유 등과 같은 총 30개 조항의 권리를 제시한 유엔인권선언을 제시했다.

1973년 동,서독 유엔 동시 가입, 한국은 1991년 북한과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

유엔인권선언 중 제 1조(자유, 평등, 연대), 제 4조(노예와 노예거래 금지), 제 13조(거주 이전의 자유와 이주의 자유), 제 19조(생각과 표현의 자유)에 반하는 북한 관련 도이칠란트 보도 내용을 발췌, 제시했다.

도이칠란트의 주요매체들은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한 보도보다는 북한의 센세이션하거나 선정적이거나 두려움을 조장하는 그런 성격의 보도를 주로 다룬다면서, 그는 지난 12개월 동안의 북한에 관한 보도를 주요 매체별로 Bild, Die Zeit, FAZ, ARD/ZDF, RTL, Pro Sieben 분류해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는 결론을 내렸다. 도이칠란트에서 북한에 관한 뉴스 보도는 선정적이거나 타블로이드판이거나 공포를 조장하는 성격을 띠고 있을 뿐, 북한인권 상황은 산발적으로만 논의된다. 그러니 북한 문제를 의제로 삼기 위해 “너는 어느 한국 사람이야? 북한이야, 남한이야?” 하는 짜증나는 대화라도 시작하라고 권한다.

한반도의 통일과 관련하여 지금까지는 6자 회담(4+2=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 남, 북)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모든 국제적 접근의 주요 무대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4개 강대국들은 각자 그들의 목적이 있다. 미국은 태평양 지역에서 자신의 권력을 보존하는 것에 관심이 있으며, 일본은 한국이 강해지는 것에는 절대로 관심이 없다. 중국과 러시아는 자신들의 영역에 미국이 영향을 끼치는 것을 절대적으로 피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발제자오히려 유럽연합이 우리의 상황에 대해 좀 더 중립적인 중재자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는 일방통행이 아니다.”라면서 “민주주의 국가의 거주자는(재외동포를 포함하고 싶기 때문에 거주자라고 표현) 정치적 의제에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으므로 재외동포들이 꼭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지역에 거주하는 수만 명의 재외동포만으로도 충분히 그런 일을 해 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입양동포들을 향해 “오늘 우리가 함께 경험하고 있는 한국 공동체의 일원이 되고 싶어 하는 강한 욕망과 열망은 단지 권리뿐만 아니라 책임도 따라야 한다.”며, 그들이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이 순 희 기자】